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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경계에서, 희망을 잇다


신생아과 은호선 교수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 그 시작은 숨 가쁜 싸움으로 다가온다.

태어난 지 몇 분 만에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

심장의 박동 하나하나를 기계의 도움에 맡긴 채 하루를 버텨내는 생명들.

그 곁에는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희망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은호선 교수는 그 치열한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작고 연약한 생명들을 지켜온 사람이다.

그는 “신생아 치료는 단지 의학의 영역이 아니라, 사랑과 헌신의 영역”이라 말한다.

태어남의 경계에서 시작된 생명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을 끝까지 동행하는 은호선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생아과와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신생아학은 태아기나 신생아기에 생긴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치료하는 의학 분야입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에서는 이른둥이, 즉 미숙아나 저체중아를 중심으로, 선천적으로 기형이 있거나 치료 과정 중에 합병증이 발생한 중증 희귀·난치 질환 신생아를 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신생아라는 연령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치료반응이 좋기도 하지만, 상태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서 아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환아군이 머무는 곳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작은 변화에도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관찰을 통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진단과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이러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집중 치료와 세심한 관리를 전담하는 특수 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저희 신생아집중치료실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중증 희귀·난치 질환 신생아를 치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병원들이 특정 질환군이나 환자 유형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의 신생아 환자를 진료합니다.

현재 신생아집중치료실은 A유닛과 B유닛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A유닛은 저체중아, 극소체중아, 초미숙아 등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주 작은 아기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특수 유닛입니다.

B유닛은 선천성 질환이나 외부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거나 합병증이 발생해 전원된 복합 질환 환아들을 주로 돌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유닛이 각각의 전문성을 가지고 협력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환자군을 다루는 동시에, 치료 성공률이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 저희의 자랑입니다.



교수님께서 특별히 신생아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좋아서 소아청소년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어린아이들을 치료하는 일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신생아과를 전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전공의 시절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경험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때 600g짜리 아기를 처음 제 손으로 받았습니다. 600g이면 정말 손바닥보다도 작은, 생명이 간신히 붙어 있는 수준의 무게입니다. 그런 아기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차 건강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또한 그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님과 가족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모습을 보며, ‘이 일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한 가정에 희망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맘카페나 후기에서도 교수님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조금 쑥스럽지만, 제가 항상 마음에 두는 부분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그 아이의 가족까지 함께 돌보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신생아 하나를 치료하면 그 가족 전체가 바뀌고, 그 가족을 둘러싼 공동체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아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기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와 상황까지 함께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려운 의학용어는 부모님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 드리고, 부모님의 불안이나 두려움에도 진심으로 공감하려고 합니다.

또 신생아는 어른보다 훨씬 세밀하고 정성스러운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료 시간 외에도 환자를 돌보거나, 상담 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신생아 치료란 아이만의 싸움이 아니라,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걸어가는 긴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여정 속에서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불안을 덜고, 그 자리에 희망이 자리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마음이 환자 가족들에게 전달되어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의 장점이기도 한데, 신생아 치료는 신생아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여러 임상과 및 지원부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이 신생아치료를 도와주고 이로 인해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점일 것 같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보호자 상담을 자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입원 중인 아기들의 보호자와는 가능한 자주 상담하려고 합니다.

현재 하루 세 번의 면회 시간이 있는데, 점심과 저녁 면회 시간에는 꼭 병동에 나가 보호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시간은 단순한 면담이 아니라, 부모님이 그날그날 느낀 불안이나 궁금증을 나누고 아기의 상태를 함께 공유하며 치료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시간입니다.

또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집중 면담’을 따로 진행합니다. 이때는 보다 깊이 있는 상담과 치료 계획 논의를 하죠. 아무래도 진료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점심 식사를 거르는 날이 많습니다. 그 시간에 면담을 하거나, 외부에서 전원된 환자들을 진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정이 이제는 익숙해져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만큼 보호자와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세브란스 신생아과에는 고위험 신생아가 많을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경로로 입원하게 되나요?


신생아들이 병원에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브란스병원 내에서 출생한 원내 환자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병원에서 전원되어 오는 원외 환자입니다. 세브란스의 경우 전체 환아 중 약 60%가 원내 출생, 40%가 원외 출생입니다.

원내 출생의 경우 대부분 이른둥이나 선천 기형을 가진 아기들이 입원하게 되고, 원외 출생은 진단이 어렵거나 치료 중 합병증이 생겨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환자도 있는데, 이 경우는 전체 입원 환자의 약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세브란스 신생아과에는 각기 다른 배경과 상황을 가진 아기들이 모여들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가진 의료진이 협력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합니다.






산부인과와 신생아과가 다른 건물에 있어 불편하지는 않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편합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어린이병원과, 분만이 이루어지는 본관 산부인과 수술실 간의 거리가 꽤 멉니다. 이 점은 오래전부터 저희가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세브란스가 국내 최초로 JCI 인증을 받을 때도 “NICU와 산과 수술실이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신생아를 어떻게 신속히 이송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후로 매년 평가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정비해왔습니다. 먼저 신생아 이송을 전담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고, 이른둥이나 중증 환아처럼 빠른 이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5분 이내에 이송이 완료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산부인과와 신생아과는 실시간 통신망을 통해 산모와 태아 정보를 매일 업데이트하며, 24시간 운영되는 전용 핫라인으로 즉시 연락이 가능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주 1회 정기적으로 양과가 모여 문제를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거리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는 오히려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의 질이 타 병원보다 훨씬 높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다른 병원에서 저희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이송 과정에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린이병원 20주년을 앞두고, 교수님께서 그리는 미래형 신생아과의 방향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선진국형 어린이병원’, ‘미래지향적 병원’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여러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신생아과 과장으로서 그 고민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지향해야 할 바는 중증 환자나 희귀·난치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완벽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갖춘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는 새로 지으면 해결될 수 있지만,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 즉 의료진과 협력 인력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오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진정한 발전은 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즉 다학제 협력 치료나 통합적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생아과의 특성상, 환자 중심의 치료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가족 중심의 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생아는 퇴원 이후에도 외래 진료와 가정 내 관리가 긴밀히 이어져야 하기에 입원 중 치료, 퇴원 후 관리, 추적 진료까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병원 내에 필요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미래형 어린이병원’이 완성될 것입니다.

저는 특히 세브란스 신생아과가 앞으로는 지금처럼 분리되어 있는 산과와 신생아과가 한 건물 안에 함께 위치하길 바랍니다. 거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환자 치료가 더 빠르고 고도화될 수 있도록, 이송 과정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치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재는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이상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산과와 신생아과가 완전히 통합된 형태의 ‘통합치료센터’를 만들어 환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저는 ‘가족 중심형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세브란스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아기만 입원하고, 보호자는 정해진 면회 시간에만 잠깐 들어와 보는 형태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입원 초기부터 부모가 직접 아이 곁에 머무르며 치료 과정을 함께 경험하고 참여합니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는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아이의 회복 과정에 감정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가족 중심의 치료 모델은 단지 보호자의 만족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치료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보호자의 참여가 늘어나면 아이의 안정감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회복 지표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습니다. 저희도 이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새로운 어린이병원이 건립된다면 꼭 실현하고 싶은 모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의 신생아 집중치료는 ‘디지털 기반의 미래형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를 활용한 조기 진단, 집중 모니터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을 실제 임상 현장에 접목시켜 조기 예측, 조기 대응이 가능한 NICU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생아의 생명은 단 몇 초, 몇 분의 차이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AI와 빅데이터를 통한 정밀 모니터링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크고 분명합니다.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고도화된 전문 의료진 양성입니다.

저희가 주로 보는 환자들은 중증 환자, 희귀·난치 질환 환자들입니다. 이런 환아를 치료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열심히 치료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영역별로 더욱 깊이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치료사, 그리고 여러 지원 부서까지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서로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유기적인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도 세브란스 신생아과만의 큰 자부심입니다. 이러한 인력과 시스템을 통해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신생아 전문 진료 역량을 갖추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헌신의 세브란스 정신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본래 ‘기부로 세워진 병원’입니다. 그만큼 우리 안에는 ‘헌신’이라는 근본적인 사명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생아과 또한 그 정신을 잇는 부서입니다. 의료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과 헌신의 마음으로 아이와 가족을 대할 때, 그 마음이 환자에게 전해지고, 결국 치료의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신생아실이라는 공간의 존재 의미 자체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 즉 신생아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않으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일, 그만큼 큰 사랑과 희생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 세브란스 신생아과는 이 ‘사랑’과 ‘헌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언제나 실천하며 이어가는 부서가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이상이 아닌, 매일의 진료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신생아과로 남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오늘보다 더 전문적이고, 더 따뜻한 마음으로, 가장 작은 생명에게 가장 큰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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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선 교수 신생아과

진료 분야 : 고위험 신생아, 선천성 기형아, 중증 미숙아, 뇌출혈, 수두증, 희귀난치, 뇌병변, 신생아경련, 전원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