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


소아마취통증의학과 최태양 교수





소아 환자가 받는 검사나 시술은 보호자에게도 큰 걱정을 동반하는 순간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검사일수록,

아이가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진정마취실은 이러한 환아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각 진료과가 필요한 검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소아의 특성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최태양 교수와 함께,

소아진정마취실의 실제 운영과 가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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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진정마취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진정마취실은 이름 그대로 ‘소아’, ‘진정’, ‘마취’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먼저 ‘소아’라는 의미는 18세 미만 환자들에게 특화된 의료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소아는 호흡과 순환 기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가 달라져도 상태가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성인 마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인 ‘진정’은 전신마취처럼 깊게 의식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억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얕은 마취 단계를 말합니다. MRI나 CT처럼 한순간의 움직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검사에서는 이 ‘진정 단계 설정’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다만 진정 과정에서 깊이가 의도보다 깊어지거나, 시술 특성상 더 강한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전신마취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현재 소아진정마취실은 마취통증의학과 소속으로, 어린이병원뿐 아니라 암병원, 재활병원, 안과병원, 치과병원, 심장혈관병원 등 의료원 전반에서 의뢰되는 소아 환자들을 위한 진정·마취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여러 명이 함께 운영하는 풀타임 체계였지만 부득이하게 인력이 많이 줄은 관계로 현재는 제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MRI, CT, 인터벤션 시술 등 비수술적 검사 및 치료가 주 진료 영역이며, 하루 약 15건, 주 4일(월·수·목·금) 운영되고 있고, 곧 화요일까지 확대하여 주 5일, full-time 쳬계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료팀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명, PA 5명, 마취회복파트 간호사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역할을 나누어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진정마취 기법을 사용하나요?


소아진정마취실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MAC(Monitored Anesthesia Care)입니다.

이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호흡을 유지한 채로, 정맥 또는 흡입 약제를 사용하여 진정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움직임이 결과에 크게 영향을 주는 MRI, CT, 짧은 시술 등에서 특히 적합한 방식으로, 아이의 체중이나 발달 정도, 기존 질환, 검사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깊이만큼 신중하게 맞춰줍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흡입마취로 유도와 유지를 모두 진행하는 VIMA(Volatile Induction and Maintenance Anesthesia), 혹은 정맥라인 확보가 어려운 아이에게 효과적인 IN(Intranasal) 기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을 조합하여 아이의 생리적 특성에 가장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마취의 핵심입니다.

마취가 수술이나 시술의 결과를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반대로 약제 선택의 실수, 반응 예측의 실패, 응급 상황에서의 빠른 판단 미흡 등은 아이를 위험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진정 깊이 조절의 작은 오류가 전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아진정마취실에서는 ‘최상의 조건을 만든다’는 관점보다 ‘최악의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관점으로 진정이 설계됩니다.

검사와 시술 과정 내내 세밀한 감시와 판단이 이어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잠을 재우는 과정이 아니라, 검사와 치료의 성공을 위한 구조적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아진정마취실의 운영 철학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소아진정마취실의 가장 중요한 운영 철학은 “필요한 검사가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소아 환자들은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검사를 받지 못해 치료 계획이 지연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소아진정마취실에서는 어떤 진료과에서 어떤 검사를 의뢰하든, 가능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조율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안전성과 효율성의 균형’입니다.

사전평가부터 실제 진정 과정, 검사 중 모니터링, 회복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운영됩니다. 아이의 연령, 체중, 기저질환, 이전 진정 경험 등을 모두 반영해 진정 깊이를 조절하고, 혹시 모를 예기치 않은 변화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 체계를 유지합니다.

세브란스 소아진정마취실만의 강점 중 하나는 ‘케이스를 많이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검사를 받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는 사례를 많이 목격해 왔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철저히 통제할 자신이 있을 때는 더 많은 환아를 받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담 전문의와 PA, 회복실 간호사 간의 팀워크로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케이스를 처리하면서도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목표는 현재 제한되어 있는 운영 시간을 정상화하여 주 5일 운영과 full-time 체계 복원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충, 공간 확보, 장비 지원 등 여러 기반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소아 진정마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MRI·CT 검사실을 중심으로 이미 표준화된 진정 프로토콜을 구축해 왔으며, 앞으로는 인터벤션실, 기타 영상검사실, 치료실 등으로 이 표준 프로세스를 점차 확장할 계획입니다. 프로토콜 표준화는 진정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검사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협력 진료과와의 소통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환아들이 대기 시간 없이 안정적으로 진정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의료진 간 협업을 확대해 안정적·지속적인 진정마취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환아를 소아진정마취실에 의뢰하면 좋을까요?


영상검사(예: MRI, CT)나 인터벤션 시술 중 가만히 누워있기 어렵거나, 불안이 심한 경우, 또는 발달지연·신경학적 질환·심장질환 등으로 자발적인 협조가 어려운 환아가 주 대상입니다.

특히, 이전에 진정 실패를 경험했거나, 단순 약물 진정으로 호흡 억제 등의 위험이 있었던 환아는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기도관리가 가능한 진정마취실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의뢰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의뢰는 각 병원 진료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진정마취실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MRI CT검사는 슬롯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검사실과 논의하여 빈 슬롯에 검사요청 하시면 됩니다. 

검사 목적, 환아의 진단명, 이전 진정 경험 여부, 약물 알레르기, 기저질환 등을 함께 기재하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정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회복은 어디서 이루어지나요?


모든 환아는 검사 종료 후 진정회복실(Recovery Room)에서 전문 간호사의 모니터링 아래 회복합니다. SpO₂, HR, ETCO₂ 등 생리지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완전히 각성하고 안정된 상태가 확인된 후 보호자에게 인계됩니다. 회복실에는 항상 진정간호사가 대기 중이며, 예기치 못한 합병증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검사나 시술이 길어질 때도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검사 시간이 길어지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마취의 깊이를 조절하거나 기도유지장치를 추가 적용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필요 시 전신마취 수준으로 전환도 즉시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호자 설명이나 사전 안내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검사 전 보호자에게 진정 목적, 사용 약제, 위험요인, 회복 과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리고 동의를 받습니다. 또한 검사 후 회복실 상태와 추후 주의사항을 상세히 안내하여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마취를 담당하는 진료과의 특성상, 검사나 시술이 끝난 뒤에는 환아를 다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분들이 일부러 다시 찾아와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협력 진료과 교수님들도 고맙다고 말해주실 때 정말 힘이 되곤 합니다.

소아 진정마취는 단순히 아이를 잠들게 하는 기술적 과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환아의 생리적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여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검사나 시술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체 환경을 조율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또한 진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가 짧더라도 결코 단순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검사 준비 단계부터 회복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작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소아진정마취실은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는 환아와 보호자, 그리고 협력 진료과 모두가 안정적인 진료를 경험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앞으로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진정마취실은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전문 인력 확충과 운영 시간 정상화, 검사실별 진정 프로토콜의 고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환아가 기다림 없이 양질의 진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히 진정 건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아의 안전 확보와 진료 흐름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력과 체계적 운영을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진정마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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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양 교수 소아마취통증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