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고비와 난관 뚫고 두 생명을
동시에 잘 지켜내야 합니다
생명의 위협에서 임산부와 태아 살리는 고위험 임신의 권위자, 김영한 교수
⚊
김영한 교수(산부인과)는 한 번 진료할 때마다 동시에 두 사람을 만난다. 아직 서로 얼굴을 맞댄 적이 없는 그 두 사람은 엄마와 태아 사이. 둘이 온전한 만남을 가지는 그날까지 그들의 생명을 온전하게 지키는 것이 김영한 교수의 소임이다. 고위험 임신에서 ‘고위험’이 떨어져나가지 않는다면, 임산부와 태아는 종종 생명을 위협받거나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그 위험 가능성을 최대한 봉쇄해 임산부와 태아 모두 건강한 가족으로,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김영한 교수의 다짐이다. 병원 복도에서 “교수님이 받아주신 아이가 이만큼 잘 컸어요!”라는 인사를 들을 때 그는 값진 보람을 확인하곤 한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단어부터 긴장하게 되는 고위험 임신이란 어떤 상태의 임신을 말하는 건가요?
쉽게 이야기한다면 정상 임신에 비해 산모, 태아나 신생아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의 임신입니다. 의학적인 정의로 말한다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임산부, 또는 태아나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가진 임신이고요. 더 풀어서 예를 들면 태반 위치가 태아가 나오는 길을 막고 있는 전치태반이나 반복된 개복수술로 골반이나 복강내 유착이 의심되는 경우도 고위험 임신 범주에 속합니다. 산모 본인이 내과적 질환, 즉 당뇨병, 갑상선 기능항진증, 루프스 질환 등을 가진 상태도 문제가 됩니다. 사산 기왕력이나 조산 기왕력, 임신중독증 (전자간증), 고도비만도 고위험에 해당됩니다.
고령 임신, 노산이 많은 요즘 추세까지 생각하면 고위험 임신의 범위가 상당히 넓을 것 같습니다.
의학적으로는 고위험 임신의 정의가 분명하지만, 여기에 속하지 않아도 저를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임산부 스스로 자신이 고위험이라고 생각하면 고위험 임신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일에 신경을 좀 많이 쓰는 편이다, 모든게 불안하다, 혹시 통제 불가능한 산후출혈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태어난 아이가 갑자기 호흡곤란이 온다면 등등의 이유로 자신이 고위험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임산부가 있다면 제가 그분을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고위험 임신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산부 스스로 고위험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봐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더 문제가 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문제가 된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자신이 고위험 임신 대상이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지요. 예를 들어 체질량지수가 꽤 높아 고도비만인 데도 본인이 고위험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임신 5-6개월까지 집 가까운 병원에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임신성 당뇨 또는 고혈압이 올 가능성도, 분만 과정 등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은 고위험 임신에 속합니다. 임신 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다니다가 고위험 임신을 다루는 전문병원으로 넘어오는 ‘시기’ 는 매우 중요합니다. 좀 더 일찍 와서 임신 예후 상담, 태아 정밀 초음파, 유전학적 검사(융모막검사, 양수검사) 등의 철저한 산전 관리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거든요. 임신 개월 수보다 아이가 1개월 작다고 저한테 전원되어 오신 한 임산부는 양수도 줄어 있고 태아 상태도 좋지 않아 오신지 며칠 만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았습니다. 고위험 임신에 대한 임산부 본인의 조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뒤늦게 고위험 임신을 알게 되면 적절한 조치로 위험도를 없앨 수 있나요?
고위험 임산부는 당연히 고위험 임신을 전문으로 보는 큰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브란스병원 고위험산모·태아통합치료센터는 의학적인 근거 아래 선천성 태아기형이 강력하게 의심된다면 산전 관리 중, 그리고 출산 후에 소아외과, 소아심장과 같은 해당 과들과 충분한 협진을 갖습니다. 추적 관찰을 하거나 수술로 교정을 하기도 합니다. 임산부 본인이 당뇨병, 갑상선 기능이상등 내과적질환이 있다거나 뇌전증 같은 질병이 있다면, 고위험 임신을 다루는 전문의에게 더 열심히 다니며 좀 더 자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지요.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있는 영양 섭취, 그리고 임신 합병증을 피하기 위한 적정 체중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조기 진통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니까 직장인이라면 재택근무로 바꾼다든가 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에 있는 게 좋겠습니다.
수십 년간 수많은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를 만나셨습니다. 다양한 고위험 임신 사례 중에 특히 마음에 남는 사연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신중독증으로 간기능이 많이 떨어진 임산부가 생각납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산모는 점점 나빠져 급성간부전으로 간이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간 전문 담당 선생님에게 잘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분이 환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고, 마침내 산모는 극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때 그 선생님을 통해 저 또한 초심으로 돌아가 환자를 봐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이를 지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산모가 퇴원할 때 간의 유전적인 소인 문제로 앞으로는 임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분은 임신 6-7주 상태로 내원했고, 저는 그때 치료적 임신 종결을 제안했습니다. 간이식 직전까지 갔던 상황과 유전적 소인으로 인해, 그분은 다시 똑같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임신을 종결해야만 임산부가 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산모의 합병증은 더 심해지고, 아이는 신경발달 지연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가장 적절한 시점에 결정하는 치료적 임신 종결은 의사가 짊어져야 할 윤리적 딜레마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결코 쉽지 않은 두 생명을 지키는 일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를 새기고 있습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도 유념해야 하지만, 의학적인 결정을 내릴 때 제겐 특히 유효합니다. 분만을 결정할 때 미숙아와 산모의 상태를 두고 과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의학적인 한계는 분명하다는 점을 잘 계산해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니까요. 또 한가지는 겸손입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내 힘으로 이룬 것은 10% 미만일 겁니다. 국가와 사회, 세브란스병원과 가족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요. 요즘 관심 분야인 임산부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 적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구 또한 이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는 고위험 임산부에게 24시간 언제든 즉시 분만실로 오실 수 있도록 처음 진료 때부터 전화번호를 드립니다.
팀으로 움직이며 24시간 가동되는 고위험산모·태아통합치료센터는 입원, 분만, 수술의 모든 과정뿐만 아니라
태동 감소, 양수 파열, 출혈 같은 응급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명의의 특강
임신중독증
조기 발견과 철저한 모니터링, 산모와 태아 지키는 길
⚊
임신중독증은 임신 중 새롭게 발생하는 고혈압으로,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고령 임신과 만성질환의 증가로 그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임신 초기부터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글 김영한 교수(산부인과)
최근 우리나라 초산모의 평균연령이 33.7세로 높아지면서, 전체 산모 중 약 30-40%가 고령 산모에 해당한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중독증, 태반 이상, 태아 기형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거나 자궁질환으로 치료받은 경우가 많아,
자연히 고위험 임신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한다. 이 가운데 임신중독증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 질환이다.
임신중독증, 임신 중 새롭게 발생하는 고혈압
임신중독증(전자간증, preeclampsia)이란 임신 중 새롭게 발생하는 고혈압과 단백뇨에 장기 손상 소견을 동반하는 전신질환 으로, 임신 20주 이후부터 주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임신중독증이 ‘드물지만 위험한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그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산모의 연령 증가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혈관의 탄성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의 동반 가능성이 높아져, 임신 중 혈관질환인 임신중독증의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의 주요 위험 요인
-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
- 비만, 임신 전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의 만성질환
- 첫 임신이거나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을 겪은 경우
- 보조생식술을 통한 임신 : 다태 임신 비율이 높고, 호르몬 변화가 크며, 태반 부하가 커져 임신중독증 위험 상승
- 어머니나 자매가 임신중독증을 겪은 경우
▷ 임신중독증은 모든 산모에게서 발생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특정 조건을 가진 경우에는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반드시 임신 초기부터 세밀한 모니터링과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혈압 상승의 근본 이유, 태반 형성 과정의 문제
임신중독증은 단순히 ‘혈압이 오르는 병’이 아니다. 그 근본에는 태반 형성 과정의 문제가 있다. 정상 임신에서는 태반이 자궁 내 혈관(spiral artery)을 넓게 확장시켜 산소와 영양을 충분히 공급한다. 그러나 임신중독증 산모의 경우, 이 혈관 리모델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태반이 항상 ‘산소 부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태반에서 여러 염증성 인자와 항혈관생성물질 (sFlt-1 등)이 분비되고, 산모의 전신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부종과 단백뇨, 장기 손상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면역학적 이상도 주목받고 있다. 태반은 엄밀히 말해 ‘산모의 몸속에 있는 외부 조직’인데, 산모의 면역체계가 이 태반을 제대로 ‘관용(tolerance)’하지 못할 경우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임신중독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즉, 임신중독증은 태반-면역-혈관이 모두 연관된 매우 복합적인 질환이다.
정기적 혈압 측정과 소변 단백 검사 필수
임신중독증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모가 스스로 “몸이 괜찮다”고 느끼더라도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소변 단백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 임신 20주 이후부터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며, 가장 흔한 증상은 혈압 상승이다. 평소 정상 혈압이던 산모에서 140/90mmHg 이상의 혈압이 2번 이상 반복된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두통이나 시야 이상도 대표적인 신호다. 특히 뒷머리가 조이는 듯한 심한 두통이 지속되거나, 눈앞에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거나, 시야가 흐려진다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 뇌혈류 조절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손발과 얼굴의 부종도 자주 동반된다. 임신중독증에서의 부종은 갑자기 심해지고 아침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체중이 짧은 기간에 2-3kg 이상 급격하게 늘어나기도 한다.
이 외에 상복부나 우상복부의 통증, 속쓰림이나 구토, 숨이 차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간이나 폐, 신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소변량이 줄어 드는 것은 단백뇨와 신장기능 저하를 시사한다. 이런 증상이 하나라도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 위험 조기 예측
임신중독증은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반 혈류 감소로 인한 성장 지연, 태반 기능 부전, 조기 분만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체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나야만 진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혈액 내 바이오마커(sFlt-1/PlGF ratio) 분석을 통해 태반 기능 이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태반의 혈류 이상과 내피 손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또한 자궁동맥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반으로 가는 혈류 저항을 측정해 향후 임신중독증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이 두 검사를 함께 활용해 산모별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고위험군은 1-2주 간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조기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으로 위험 낮춰
임신중독증의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위험을 낮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임신중독증의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임신 12-16주 무렵부터 저용량 아스피린(100-150mg/일)을 복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이는 태반 혈류를 개선해 질환 발생을 약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염분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가벼운 걷기나 임산부 요가 같은 유산소운동은 혈류 개선과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이미 혈압이 높거나 부종이 심한 경우에는 운동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주치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궁극적 치료는 분만, 최적의 분만 시기 결정해야
임신중독증의 ‘궁극적 치료’는 분만, 즉 태반을 분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모의 상태를 안정시키면서 태아가 가능한 더 자랄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된다.
일차적으로 라베타롤이나 니페디핀 같은 약물로 혈압을 조절하고, 경련 예방을 위해 마그네슘 설페이트를 투여한다. 산모의 간기능과 신장기능, 혈소판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초음파로 태아의 성장과 혈류 상태를 평가한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지금 분만이 최선인지, 며칠 더 지켜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보통 37주 이후라면 분만을 권장하지만, 그보다 이른 시기라도 산모나 태아의 상태가 위중하면 조기 분만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압이 160/110mmHg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HELLP 증후군(간 효소 상승, 혈소판 감소, 용혈)이 동반된 경우, 태아 성장 지연이나 태반 혈류 저하가 심한 경우에는 태아의 주수와 관계없이 분만을 서둘러야 한다. 반면 산모의 혈압이 안정적이고, 태아가 아직 미숙한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안정요법으로 임신을 유지하면서 태아의 폐성숙을 도울 수 있다.
임신중독증의 가장 큰 위험, 경련 발작
임신중독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언제든 예기치 않게 응급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자간증(eclampsia), 즉 경련 발작이다.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뇌혈류 조절이 무너지면, 산모가 전신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산모의 호흡이 멈추거나, 흡인· 저산소증으로 태아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단 몇 분의 지연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응급상황에서는 즉각적인 기도 확보와 산소 공급, 혈압 조절, 그리고 경련 억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 산모의 의식이 돌아오면 신속하게 태아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시 응급 제왕절개를 결정한다.
세브란스병원 고위험산모·태아통합치료센터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신생아과, 필요시 신경과 및 신경외과가 하나의 팀으로 즉시 가동되어 동시에 환자 곁으로 모인다. 이 체계 덕분에 산모의 경련, 폐부종, 과다출혈, 쇼크 같은 응급상황에도 각 전문의가 실시간 협진으로 대응할 수 있다.
출산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임신중독증은 분만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출산 후 6주까지는 혈압이 다시 올라가거나, 출혈 또는 폐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임신중독증을 경험한 여성은 향후 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신장병의 위험이 2-4배 높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분만 후에도 정기적으로 산모의 혈압과 체중 측정,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퇴원 후 1-2개월 이내에 반드시 외래진료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후에도 1년에 한 번씩 혈압과 신장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결국 임신중독증은 ‘임신 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평생 건강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출산 이후에도 꾸준한 자기 관리와 의료진과의 소통이 필수다.

임신중독증의 증상은 대부분 두통이나 시야 흐림, 손발의 부종, 체중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시작된다.
특히 아침에도 부기가 빠지지 않거나, 시야가 번쩍거리거나 흐릿해지고, 상복부 통증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의 근본적인 치료는 분만, 즉 태반을 분리하는 것이다. 언제 출산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산모의 안전과 태아의 성숙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김영한 교수
산부인과
⚊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