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겪는 질병부담률 1위 질병은 당뇨병이다. 중증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질병에 대한 부담 이야기다. 매일 식사 내용과 운동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신경을 써야 하는, 귀찮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당뇨병. 환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과 불편에 공감하며, 지지와 격려로 환자의 마음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차봉수 교수(내분비내과). 의사의 결정과 관리에 따라 환자 상태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아주 크다는 점에 끌려 내과를 선택했다는 차 교수는 어떻게 환자가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것인가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당뇨병은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길 많이 합니다. 당뇨병은 어떤 병인가요?
당뇨병을 대사질환으로 보는 이유는 ‘변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을 먹었는데 그게 지방이나 혈당으로 변하고, 혈당이 지방으로 되는, 이런 식으로 계속 변해가는 것을 ‘대사’(代謝)라고 하는데, 당뇨병이 대표적인 대사질환입니다. 당뇨병에서 중요한 건 인슐린 분비기능입니다. 이 기능이 나빠지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거고요.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기능이 정상인과 비교해 50% 이상 떨어진 상태인데, 실제로는 그 기능이 20-30%밖에 안 남았을 수도 있어요. 남아 있는 그 기능을 어떻게 평생 잘 쓸 것인가, 그것이 바로 관리입니다.
혈당 관리를 잘 못해서 결국은 당뇨병 합병증이 생기고, 환자들도 그걸 제일 두려워하는거겠지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우리 몸 전체 에너지 조절에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섭취한 에너지는 적절히 이용되거나 저장되어야 하는데, 그 역할의 대부분에 인슐린이 관여합니다. 그런데 충분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된 인슐린의 효과가 감소하는(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되면 고혈당이 초래되는, 즉 에너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당뇨병)가 됩니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모세혈관이 직접 손상되고 그 결과로 신부전증, 망막손상, 신경합병증 등이 초래됩니다. 또한 노화와 직접 관련이 많은 각종 암, 심뇌혈관질환, 치매, 심부전증 등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증가하는 현상들을 통틀어 당뇨병 합병증이라고 합니다.
역시 합병증이 문제네요. 요즘은 젊은층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고혈당이 합병증으로 이어진다는 것 외에 고혈당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인체의 여러 기능을 좀 더 쇠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노화가 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암이 많이 생기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슐린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해서 전신의 장기에 에너지 대사 장애가 초래되면 세포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당뇨병 관리를 잘하는 것이 암이나 치매 같은 노화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젊은층에 생기는 당뇨병은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체중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생기면 혈관 나이가 빠른 속도로 노화될 수 있고, 다양한 성인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늘 공식처럼 나오듯 운동과 식이요법이 중요한 건가요?
당뇨병 합병증 연구로 유명한, 덴마크 스테노 당뇨병연구센터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당뇨병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이라는건 단순 지표가 돼선 안 된다는 거예요. 즉 체중, 혈압,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금연 등등 이것들 중 어느 하나를 집중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금씩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거예요. 물론 개인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인슐린 치료를 받는 사람에겐 인슐린을 잘 사용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하죠. 비만이 심각하면 체중 조절에 초점을 두어야 하고요. 당뇨병 관리에서 당장의 목표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생활습관의 거의 모든 면과 건강관리의 모든 지표를 골고루 잘 관리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 결과이고, 그래서 당뇨병 관리는 마라톤을 뛰는 마음 자세로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특별한 왕도는 없습니다. 스트레칭 체조를 꾸준히 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당뇨병 환자에게만 특별히 필요한 일상습관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지만,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이죠. 이런 일상적 관리가 노화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치매, 심혈관질환이나 암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노력하면 조금 좋아지고 방심하면 금방 나빠지죠. 일상의 모든 것이 혈당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의사로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당뇨약을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되나요?”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은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죠. 제가 젊었을 때는 ‘그렇다’고 말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을 들은 환자가 얼마나 낙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약 드시다가 좋아지면 끊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려요. 환자에게 노력하면 좋아진다는 희망을 주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환자 편에서 환자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희망은 곧 긍정적인 시각과도 통하지요. 당뇨병 환자들이 관리만 잘하면 당뇨병 없는 분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우선 좋은 약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다양한 기전의 최적화된 약제 조합이 소개되고 있어요. 거기에 치료 효과에 대한 정확한 근거와 합병증 조기 발견 같은 최신 의학기술로 인해 최적의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해요. 즉, 당뇨병은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라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뀌어가는 것입니다. 당뇨병이 잘 관리된다면 심혈관질환의 예방, 나아가 암 예방을 포함해 노화 방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뇨병 환자분들은 당뇨가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더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꼭 가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거기에 우리 의료진은 당뇨병 관리 및 당뇨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당뇨병
5가지 기본 원칙 지키면 당뇨병 굿바이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인구의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증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병증을 비롯해 다양한 혈관 관련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40세 이상 성인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 기회를 통해 혈당과 혈압, 고지혈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특히 비만이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최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을 힘들게 하는 질환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당뇨병이 2008년에 이어 2018년에도 질병부담률 1위를 차지했다(〈조선일보〉, 2021년 11일 17일 자). 질병부담률이란 특정 질병을 관리하느라 고생하고 장애로 인해 고통받으며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치화한 것이다. 질병의 중증도보다는 질병 관리를 위해 환자가 ‘지키고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큰 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당뇨병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질병부담률 1위일까? 당뇨병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발생 후 관리하는 데 본인의 몫(생활습관 관리)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생활습관 개선, 더 나아가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길은 반드시 있다. 그 길은 당뇨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면서 관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1 체중 관리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30대 중반부터, 여자는 40대가 되면서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나이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데, 활발했던 몸의 대사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아직 청춘이라 착각하기 쉽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환경도 한몫을 한다. 넘쳐나는 열량 높은 음식은 우리의 기분을 너무나 편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기도 한다. 섭취하는 열량이 늘어나도 한동안은 체중이 늘지 않는다. 몸은 체중 항상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미 과잉 상태인 식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늘어난 체중을 인지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해도, 체중이 늘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체중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살이 찌는 것이 빠지는 경우보다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한번 늘어난 체중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듯하다. 식습관 조절은 자기만이 가능하다. 생활습관 관리의 첫걸음은 체중 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 비만 관리를 위해 자주 체중을 측정하고 식사량과 생활습관을 조절한다.
● 건강을 위한 체중 감량은 적게는 5%, 많게는 10%를 목표로 정한다.
● 허리둘레를 남자는 90cm(35.4인치), 여자는 85cm(33.4인치) 이하로 유지한다.
● 적극적인 다이어트 중에 무리한 운동은 금한다. 체조, 스트레칭, 요가가 권장된다.
● 운동은 최소 2일에 한 번, 일주일에 3일 이상 시행한다.
●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등도 강도(땀이 적당히 나는정도) 또는 90분 이상 고강도(숨이 차고 땀이 많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한다.
● 유산소운동(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연성운동(체조,스트레칭, 요가 등), 근력운동(근력 키우기) 등 운동 종류를 다양화한다.
핵심은 생활화
어느 중소기업 단합행사에서 남자 직원 전원이 장거리 달리기 시합을 하고 성적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제일 성적이 좋은 연령대는 당연히 20대. 전날의 과음과 수면 부족이라는 약점이 있었지만, 젊은 만큼 기본 체력이 좋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느 연령대일까? 바로 50대다. 이 나이가 되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과 건강을 잘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운동이 건강한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미 몸소 체험한 나이인 것이다. 그다음은 어땠을까? 3위가 40대, 꼴찌는 30대였다고 한다. 마음은 20대인데 몸은 30대, 아마도 운동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주로 이 연령대에 체중이 증가한다. 여자들도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골격근의 양은 30세 전후를 시작으로 나이가 들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이 적은 부위의 근육은 양을 줄이거나 기능을 빨리 소실시킨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했을 때 늘어난 근육량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 기능을 축소시켰던 근육이 다시 역할을 맡으면서 회복된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근육은 쓰지 않으면 줄어든다. 성인에서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량을 늘리기보다는 근육이 위축되지 않게 하고 근육의 좋은 기능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3 건강한 식단
균형 잡힌 식단이 곧 당뇨식단
식사습관에서 제일 우선 원칙은 적절한 열량 섭취다. 적절한 열량의 기준은 반드시 체중으로 판단해서 개별화해야 한다. 10년 전에 먹던 열량을 지금 똑같이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반드시 체중이 늘어날 것이다. 몸이 변하지 않아도 나이 들면서 대사량이 줄기 때문이다. 필요한 열량은 나이, 체중, 성별, 운동량, 업무량 등 변수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인 체중을 기준으로 적절한 열량을 정하고, 그에 맞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적정 열량의 60%는 탄수화물, 15%는 단백질, 지방섭취는 25%로 구성한다. 우리나라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전체 열량의 70%를 넘는다. 단백질 섭취는 좀 더 늘리고 탄수화물은 좀 더 적게 먹는 습관을 만들자.
● 자연식품을 선택하고, 가공식품 섭취를 줄인다.
● 탄수화물은 가능하면 당 지수가 낮은 음식(전곡류, 콩, 과일, 채소, 유제품 등)을 통해 섭취한다.
●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 섭취는 권장하나,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의 섭취는 제한하도록 한다.
4 좋은 생활습관
적절한 수면과 금연
사전에서 습관의 정의를 찾아보면,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또는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라고 되어 있다. 결국 좋은 행위든 나쁜 행위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좀 힘들더라도 좋은 습관을 지속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나쁜 습관이라고 우리를 늘 편하게만 해주는 것도 아니다. 좋은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보자.
● 적절한 수면 시간을 지킨다. 성인은 하루 7-9시간, 65세 이상에서는 7-8시간을 권장한다.
● 반드시 금연하고, 잘 생각해서 절주하기.
●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관심과 배려심을 가진다.
● 세상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앞날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가진다.
5 정기검진
당뇨병 위험인자 미리 확인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검진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어서 40세 이상 성인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 기회를 통해 혈당과 혈압, 고지혈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특히 비만이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와 관리로 극복 가능
“한번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시간이 지나면 합병증 때문에 큰 고생을 하게 된다”, “당뇨병은 만병의 근원이다” 등 당뇨병 환자를 괴롭히는 말들이 많다.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예전에는 어떤 질병의 유무 자체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그 질병의 관리가 더 중요한 시대라 생각한다. 당뇨병이 있고 없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뇨병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느냐라는 이야기다.
첨단 의학 및 의료시스템의 발전, 효과적인 약제 사용은 당뇨병 관리의 좋은 도우미다. 비록 질병부담률 1위라는 당뇨병이 발생하더라도 좋은 행위를 습관화하고 잘 관리하면 오히려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도 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와 있다고 장담한다. 적어도 당뇨병에 관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 당연히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