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이밍, 아기의 눈을 지키는 핵심 포인트엇나간 시선을 바로잡는 소아 사시 치료의 전문가 한승한 교수



“소아안과 의사로 일하지만 사실, 어린아이들을 잘 다루는 편은 아니에요. 가운을 입지 않고 귀여운 넥타이를 골라 매가며 애를 써보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 저절로 해결되는 대목도 있더군요. 쥐가 고양이 알아보듯, 꼬맹이들도 상대를 금방 알아봐요. 마구 울며 버둥거리던 아이들도 제가 가면 금세 조용해지더라고요.”

동물은 색깔을 보지 못한다. 시시각각 제 몸의 빛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라 해도 그 눈에 비친 세계는 흑백이 전부다. 사물을 입체로 파악할 줄 아는 힘 역시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능력이다. 포식자들을 늘 경계해야 하는 초식동물들의 눈은 사방의 움직임을 감지해내지만, 3D 화상으로 구현해내지는 못한다.
두 눈의 간격이 좁은 고양이는 얼마쯤 입체감을 느낀다지만 사람에 견줄 바는 아니다. 이처럼 인간의 ‘봄’은 은택을 넘어 특권에 속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아 사시의 덫에 걸리면 사물을 입체적으로 분간하는 능력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시라면 시선이 평행을 이루지 못하는 질환이 아닌가요? 그게 입체감과 무슨 상관이죠?
어린아이의 사시를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상이 겹쳐 보이고 이모저모로 불편하니까 한쪽으로 돌아간 시선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그쪽 눈을 쓰지 않는 거죠. 결국은 눈이 망가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입체시까지 잃어버리기에 이릅니다. 입체감이 생기는 건 두 눈이 제각기 카메라처럼 사진을 찍은 뒤에 뇌에서 하나로 합성해내는 덕이거든요. 한쪽 눈만 가지고는 입체적인 화상을 만들어낼 수가 없으니 자연히 2D의 세계에 갇히고 마는 거죠.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기’라고 하면 언제를 말씀하시나요? 초등학교 입학 전이면 될까요?
소아안과 질환에서 치료의 핵심 포인트는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키는 스무 살 어간까지 크지만 시각중추는 만 9-10세에, 입체시는 그보다도 더 일찍 완성됩니다. 따라서 어림잡아 네 살까지는 손을 써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시가 생긴 시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주 아기 때 생겼으면 48개월이지만, 돌 또는 두 돌을 넘기지 말아야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미국처럼 아기가 36개월이 됐을 즈음, 국가가 나서서 전수검사를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전신마취가 해로우니 수술은 될수록 미루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성인이 된 뒤에도 한쪽으로 치우친 눈을 똑바로 맞출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고 망가진 기능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치료 시기는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습니다. 너무 늦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일러도 좋지 않습니다. 눈 운동을 확인하려면 돌은 돼야 하는데, 그전에는 정상적인 아기도 사시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는 눈 체조로 고칠 수 있다든지, 프리즘 안경을 맞춰 쓰면 된다든지 하는 따위의 터무니없는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갓난이 적부터 사시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기를 놓쳐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환자가 많지는 않겠어요. 예전과 달리 사시는 아주 드문 질환이 됐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시는 아주 흔한 편에 속하는 질환이에요. 사시를 가질 확률은 3% 남짓입니다. 다행히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 없지만,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천에 몇 명꼴은 됩니다. 소아안과 수술 가운데 80%를 차지할 정도라면, 소아질환 가운데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가늠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별히 사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펠로우 1학년 때까지 각막 쪽을 전공하다가 길을 바꿨어요. 안과에 분과 개념이 도입되면서 은사님들이 각 분야에 한두 명씩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게 하셨는데, 제게는 이 분야를 맡기신 거죠. 갑자기 이뤄진 일이라 부랴부랴 적절한 대학을 물색하고 한편으로는 영어를 공부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곡절 끝에 연수를 마치고 사시라든지 안진처럼 뇌신경과 관련된 요인에서 비롯된 눈 운동장애 쪽을 보게 되었습니다.

보톡스 치료법도 그때 익히셨나 봐요. 국내에 처음 들여와 큰 주목을 받으셨잖아요?
보톡스는 애초부터 안과용 소재예요. 식중독 독소이던 물질을 마비성 사시에 적용해서 좋은 성과를 얻은 거죠. 연수를 받으러 가서 보니까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히 널리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가로 알려진 분에게 가서 배우고 기계까지 어렵게 사들고 들어왔죠. 방송 3사가 다소 부풀려 소식을 전한 탓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어요. 온갖 안과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다 찾아왔거든요. 보톡스 치료가 마비성 사시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수술의 대체요법이 아니라 보조요법입니다. 사시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죠.

사진에도 조예가 깊으시다 들었습니다. 안과 공부에 도움이 돼서 시작하신 취미인가 봅니다.
어려서부터 수학, 물리학을 좋아해서 공대에 가고 싶었어요. 어찌어찌 의대에 들어와서도 사진반 일을 더 열심히 했어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집에 암실을 마련할 정도로 사진을 좋아했거든요. 리얼리즘 계열의 사진을 찍었는데, 시험이 줄줄이 기다리는 의대생 생활을 하면서도 일요일마다 어김없이 사진반 동료들과 출사를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안식년을 갖는 동안, 그때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스캔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단하달 건 없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시절의 사진들이 많아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성인들은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아기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러니까, 그게 정상인 줄 아는 거죠. 그래서 소아안과 질환은 보호자나 주위의 어른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요즘은 국제진료소를 통해 찾아오는 외국 환자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소아사시
조기발견, 영구적 손상 막는 최선책

국내의 사시 통계는 많지 않으나 2005년도에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의 회원 병원을 방문한 환자로 추정한 결과 인구 1000명당 6.3명이 사시 환자였다. 외국에서는 치료가 필요 없는 잠복성 사시를 포함해 인구 100명당 3명은 사시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사시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한승한 교수(안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사시의 종류는 분류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데, 기본적으로 검은 눈동자가 시선보다 안쪽으로 돌아가면 내사시, 바깥쪽으로 들아가면 외사시, 위아래로 둘아간 경우 상(하) 사시로 분류한다.
 
이럴때 소아 사시 의심해야
주로 한쪽 눈이나 두 눈이 교대로, 가끔 혹은 항상 다른 곳을 쳐다보는 듯하게 돌아갈 때 소아 사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간헐성 외사시의 경우 햇빛 아래나 밝은 곳에서 한쪽 눈을 갚거나 찌푸리기도 하며, 피곤하거나 졸릴 때 한쪽 눈이 돌아간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서 볼 때는 상사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몽골족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아기들은 코가 넓고 낮으며 미간이 넓어서 마치 내사시처럼 보이는 가성 내사시가 있을 수 있는데, 진짜 내사시와 구분하기 위해 반드시 안과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또 2-4세 시기에는 여러 종류의 새로운 사시가 발생 할 수 있으며, 사시의 진행 단계에 따라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사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검진과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선천성 내사시와 후천성 내사시
보통 생후 3개월 이전에는 두 눈의 운동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이므로 사시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기는 힘들지만, 생후 4-6개월 이후에도 눈이 안으로 심하게 몰려 있으면 선천성 내사시라고 진단한다. 이런 환아는 태어날 때부터 시기능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만 2세 전에 조기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이 잘돼서 눈도 바르고 시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더라도, 선천적인 시기능 결함이 있기 때문에 입체시는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반면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다가 2-3세경에 눈이 몰리면서 내사시가 발생하는 경우를 후천성 내사시라 하는데, 이러한 환아들 가운데 눈에 산동제를 넣고 안경굴절검사를 하면 고도의 원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고도의 원시를 가진 환자에서 조절에 따른 눈 모임이 과도하게 일어나 먼 거리의 물체를 볼 때 눈이 몰리는 것을 조절성 내사시라 하고, 원시 안경(돋보기 안경)율 착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안경으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에만 수술로 치료한다.


치료 시기 놓치면 약시와 시력장애 초래
사시가 생기면 한쪽 눈이 자주 돌아가게 되고, 돌아간 눈은 뇌의 억제기전에 의해 사용하지 못해서 약시(시력 저하)가 유발되어 영구적인 시력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양쪽 눈을 동시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감각 이상에 의한 입체시 손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약시를 예방하고 입체시 손상을 막기 위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성인 사시에서는 입체 시나 약시가 유발될 확률이 매우 적으나, 눈이 쉽게 피로하고 눈의 통증, 두통, 복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간헐성외사시에서는 드물게 진행을 멈추면서 잠복성으로 바뀌어 사시 횟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사시의 각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또 성장하면서 질병이 다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사시는 대부분 진행성 질병이다. 사시각이 계속 커지며, 눈의 피곤이 점점 증가하고, 입체시의 상실, 약시로 인한 한쪽 눈의 시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사시가 있는 눈의 근육이 굳어져서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고 그로 인한 재수술의 빈도가 높아지므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수술치료가 원칙
대다수 사시는 수술치료가 원칙이며, 안경 또는 프리즘 안경 착용, 약물치료, 가림치료, 보톡스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는 수술 전후에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 주름 개선 등에 쓰이는 보톡스는 원래 사시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제로, 지금도 사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아직 소아에 대한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아서 성인 환자에서 수술의 보조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복잡한 사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시는 의학적으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시 질환의 복잡성으로 인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선천성 내사시와 외사시, 두 돌 전 수술 마쳐야
간헐성 외사시의 경우 나이가 3세 미만이고, 사시각이 크지 않으며, 하루에 1-2회 정도만 사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을 늦출 수 있다. 다만 사시는 대부분 진행하므로 정기적 외래 진찰을 통해 수술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선천성 내사시나 외사시는 두 돌 이후에 수술할 경우 시력 회복에 대한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반드시 두 돌 전에 수술적 치료를 마쳐야 한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조기 수술이 일반적인데, 조기 수술을 통해 양안 시기능이 나빠지고 약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림치료와 약시
사시의 비수술적 치료 방법의 하나로 오래전부터 가림치료가 사용되고 있다. 주시안을 가려서 사시안의 눈 근육이 뭉치거나 변성되는 걸 막아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가림치료가 수술을 대체할 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많았으며, 최근 미국 사시소아안과학회는 수년간의 연구 결과 가림치료만으로는 간헐성 외사시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가림치료만을 선호하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림치료는 약시를 동반하거나 수술 후 재발 조짐이 있을 경우 매우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되며, 수술 전에 모든 사시 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가림 치료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약시는 한쪽 눈의 시력이 비정상적으로 잘 나오지 않는 질환으로, 사시 환자에서 많이 동반된다. 사시에 의한 약시가 있는 경우 안경 검사를 시행해 안경을 착용시킨 후 좋은 눈을 하루 최대 6시간 동안 가리도록 한다. 수술과 병행해 수술 전에 시행하면 사시와 약시 치료에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 가리는 동안 환아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동영상을 틀어 주면 더 잘 집중할 수 있으므로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약시 치료는 대체로 나이가 어릴수록 치료 효과도 좋으며, 치료 기간도 짧다. 사시가 동반되지 않은 굴절 이상에 의한 약시는 가림치료 이외에 수술이나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외사시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므로 시력을 많이 망가뜨리지 않지만, 오래 방치할 경우 간헐성 외사시에서 항상 외사시로 변해 입체시 소실, 약시 유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만 2-3세 이전에 발병해서 진단된 경우에는 4세 전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사시에 대한 흔한 궁금증 Q&A로 알아보기

Q 아이가 TV를 볼 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사시인가?
A 선천성 상사근 마비에 의한 사시 혹은 기타 상사시가 있을 때 머리 기울임(사경)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사경이 있으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만 찾았는데, 실제로는 눈 때문에 나타나는 사경도 많으므로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검진도 필요하다.

Q 핀홀 치료 등으로 눈을 좋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부에서는 눈 체조, 핀홀 치료 등으로 눈을 좋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치료법들은 사시나 약시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과 의사의 관점에서 이런 방식의 치료는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현재 국내법상 병원 이외에서의 사시 치료는 모두 불법이다. 이런 불법 시술을 따르다가 자칫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Q 외사시 수술 후에는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하는가?
A 외사시와 근시는 서로 관련이 없다. 다만 외사시 환자에서 근시안경 교정을 하지 않으면 수술 재발률이나 병의 진행이 빨라질 수 있으니 수술 전후 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Q 5세 아이가 외사시 수술을 받았는데, 눈이 너무 안으로 몰린 것 같다.
A 외사시는 수술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술자에 따라 외사시 수술 시 과교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외사시 수술 후 내사시가 유발되어도 심하지 않다면 1-3개월 정도 경과 관찰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가림치료를 병행하면 거의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된다. 또 간혹 좋아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더라도 재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Q 외사시는 대부분 재발해 여러 번 수술해야 한다던데, 사실인가?
A 모든 외사시가 재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수술 후 재발 조점이 보일 때 가림치료 등을 시행하면 눈의 융합력이 회복되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개인적인 임상 경험으로는 외사시 수술 후 2-3년 내에 약 10%의 환자에서 재발해 재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