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의 90% 이상이 심근경색에서 비롯됩니다. 미리 알아서 제대로 치료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속절없이 당하는 거죠. 그래서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합니다. 가족력이나 스트레스, 식생활을 비롯해 갖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 데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므로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유경종 교수(심장혈관외과)
진료 분야 : 후천성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
유경종교수(심장혈관외과)는따듯하다.몸도마음도한없이약해진환자에게는의사의말한마디가힘과용기의원천이될수있음을잘알기때문이다.하지만“의료진이뭐라든내몸은내가가장잘안다”는식의사고방식을가진환자에겐더없이단호하다.그러지않고는치료의성과를장담할수없는까닭이다.병원에서환자와의사로맺은관계를계속이어가지않는속뜻역시환자와의친분이진료에거침돌이되지않게하려는데있다.그동안숱한환자들을수술했지만사사로이연락하는이는단둘뿐이다.
‘단 둘뿐’이라니,어떤 분들인지 더 궁금합니다.
하나는오래 전부터알던친구사이니까,처음부터환자로만나퇴원뒤에도가끔씩이나마연락을주고받는경우는단한명뿐인셈입니다.중소기업을경영하는분이었는데,출근한지얼마안돼서심근경색이왔답니다.숨쉬기도어려울만큼통증이심해오랫동안쓰러져있다가다른병원을거쳐세브란스에왔습니다.그러는사이에시간이지체돼폐부종이생기고판막까지다망가졌습니다.심장기능은30%이하로악화되었습니다.그야말로사망직전이었습니다.곧바로관상동맥우회술을하고판막을치료해어렵게생명을구할수있었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환자도100%회복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100%는아닙니다.문제가생긴시점에서4-6시간안에치료를하면정상으로돌아올가능성이높지만,이른바골든타임을놓쳐근육에괴사가일어나면예전처럼온전한상태를회복할수는 없습니다.이환자만하더라도심장기능이정상의70%정도로돌아왔을뿐이지만,그것만가지고도일상생활이나운동에는지장이없습니다.
내과적인 시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무서운 수술을 꼭 받아야 할 환자가 있나 봅니다.
상태가심각하지않으면스텐트시술로충분히해결할수있습니다.하지만혈관의석회화가극심하다든지,발병부위가너무길다든지,군데군데여러곳에문제가생겼다든지하면수술이반드시필요합니다.가벼운수술은아니지만성공률이매우높으니까지레겁낼필요는없습니다. 특히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의성적은대단히뛰어난편입니다.심장을멈추지않은채로,즉심장이박동하는상태에서관상동맥처럼직경1-2mm의가는혈관을수술할정도니까요.제수술경우만하더라도사망률이0.7%정도입니다.모든여건이아주열악하던20년전케이스까지모두아우른수치니까최근으로범위를좁히면그보다훨씬더떨어질겁니다.
물을자주마시세요.
탈수가생기면피가끈적거려지고심장과혈관에무리를줄 가능성이높아집니다.
심장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피가 흐르는 길을 손본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환자의여건에따라심장을완전히,또는일부정지시킨채치료하는게일반적입니다.반면심장의상태와상관없이100%박동을중지시키지않은채로수술을진행하는것은매우어렵습니다.그만큼의료진에게가해지는부담이크기때문입니다.심장이뛰고있는채로,경우에따라서는들어올리거나돌려놓고수술하려면정밀함과아울러속도에도신경을써야합니다.지나치게길어지면심정지가생길수있으므로한개의혈관을문합하는데10-15분안에는마무리를지어야합니다.
굳이 세우지 않는 쪽을 고집하실 필요가 있을까요?불안하지 않으세요?
10년째 심장을 세우지 않고 수술하고 있습니다.처음에는 같은 의료진 가운데도‘무리’라고 말 리는 분들이 많았지만,지금은 심장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수술이 위험한 경우에도 심장을 세우지 않고 수술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의사로서 위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방식을택하는건어느모로보든그 편이환자에게유리하기때문입니다.몸에가는부담이적어서회복이빠르고합병증과사망률도크게줄일수있습니다.예를들어심장을세우고수술하면사망률과중풍같은합병증이생기는사례가각각2%에이른다고알려져있지만,멈추지않고손보는우리병원의경우에는중풍이0.5%에불과합니다.그나마도일시적이어서금방회복되고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수술이네요.한번 끝내면 다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천만에요.내과적인시술이든외과적인수술이든완벽한건없습니다.병이있는부분은그대로남아있거든요.동맥경화나혈관석회화는한 순간에딱멈추는게아니고나이가들면서계속진행됩니다.스텐트에도피떡이생길수있고,수술로이식한새혈관도동맥경화가발생하면서막힐수있습니다.그래서관리가필요합니다.전문가의처방에따라약잘먹고식생활을개선하려는노력을계속해야합니다.무엇보다운동이중요한데관절에무리를주지않고나이가들어도계속할수있는걷기운동을추천하고싶습니다.
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혈관이 딱딱해지는 걸 석회화라고 합니다.
그렇게 된 핏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 그야말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거죠.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부모님이 좋은 손을 물려주신 덕이 아닌가 합니다. 손 떨림이 없는 편이어서 수술하는 데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않습니다. 꾸준한 연습도 한 했을 겁니다. 인턴 시절부터 니들홀더(수술바늘을 잡는 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외래에서 환자를 보다가도 틈이 나면 베개를 환자 삼아 바늘을 놀렸어요. 연수를 떠나면서도 수술할 기 회가 없을 게 뻔했지만 기구를 다 챙겨갔습니다. 감각을 지키고 싶어서요.
겉모습은 부드러운데 속에는 뜨거운 열정을 가지셨군요.
기본적인 성향은 부드러운 편인데, 사람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완벽해야 한다는 의식과 습관 이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름대로는 수술이든 연구든 완벽해지려고 안간힘을 써왔던 것 같습니다. 제자들에게도 “5년 안에 나를 넘지 못하면 기관의 발전을 위해 떠날 각오를 하라”고 말합니다. 내쫓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결기를 품고 노력하라는 뜻이죠. 다행히 동료와 친 구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다들 훌륭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로서는 그만한 보람이 없습니다. 여태 쌓아온 여러 성과들보다 더 귀중한 열매란 생각이 듭니다.
남은 열정을 다 쏟아보고 싶은 영역이나 이슈가 있습니까?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를 심장에 이식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상당히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는데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밀려드는 수술은 물론이고 여러 일들까지 병행하다 보니 심신이 다 지쳐서 일이 일단 마무리되고 나서는 한 동안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젠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그 과제를 다시 꺼내보고 싶습니다. 심장근육이 다 죽어서 어떠한 치료도 불가능한 환자들에게는 심실보조장치나 줄기세포가 유일한 희망이다시피 하거든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치료를 받게 하는 게 마지막 목표이자 꿈입니다. 조만간 연구팀을 꾸려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심부전증 정복의 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