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교수님만 믿고 한 걸음씩 앞으로

성실한 긍정 환자 배순옥 씨와 희망 주는 주치의 이정윤 교수 

2007년 첫 유방암 진단, 이듬해 반대쪽 가슴에 재발. 힘든 상황에서도 배순옥 씨는 씩씩하게 치료를 받았고,시간이 흐르면서 암의 걱정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듯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난소암이라는 무서운 복병이 끼어든 건 2016년. 암세포는 이미 복강 전체에 퍼져 있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느닷없이 내려진 사형 선고와 같은 절망
“난소암이 그렇게 빨리 전이되고 쉽게 재발하는 병인 줄은 몰랐어요. 유방암을 진단받으면 유전자검사를 해서 난소암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어요. 난소암을 진단해준 병원에서 남은 수명이 몇 개월 정도 예상되니까 연명 치료를 진행할 거라고 설명하는데, 그게 어찌나 무섭고 또 서럽던지…. 마치 사형 선고를 받은 것만 같았어요.”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힘을 준 건 먼저 난소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인 동생이었다. 그렇게 배순옥 씨는 2016년 3월 동생의 주치의 이정윤 교수(산부인과)를 만나게 되었다. 많이 힘드셨겠노라고, 치료 방법은 자신이 열심히 고민할 테니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같이 힘내보자고 이야기하는 이정윤 교수의 진심은 눈물이 쏟아질 만큼 큰 위로였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이 교수의 치료를 온전히 따르기로 결심했다.
 선행 항암치료 후 진행된 수술과 복강 내 온열항암치료. 14시간에 걸쳐 난소뿐 아니라 위장 전체와 췌장, 비장, 소장, 대장, 간 일부까지 절제하는 대수술이었다. 이후 항암치료까지 진행해 관해 상태에 도달했고, 꾸준히 추적 관찰을 받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 3년 6개월 만에 암이 재발해 배순옥 씨는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림프절에 국한해 약 3군데에서 재발 암이 발견됐습니다. 2차 항암치료를 통해 다시 병이 관해됐고, 현재는 유지 요법으로 린파자라는 표적항암제를 복용중입니다. 배순옥 환자분은 치료 종료 후 첫 재발까지 기간이 비교적 길고 표적항암제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관해 상태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치의 이정윤 교수는 수술과 항암치료로 이루어진 표준치료에 유전체 분석을 활용해 맞춤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임상연구 등 적극적인 치료가 난소암의 재발률을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 주는 주치의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너무나도 고마운 이 교수를 부르는 그녀만의 애칭은 ‘윤블리’와 ‘갓정윤’.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 그녀는 “갓정윤 파이팅!”, “윤블리 최고!”라는 사랑스러운 응원을 보낸다. 치료가 쉽지 않은 난소암 환자를 전심으로 돌보는 주치의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어서다.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하지만, 정말 한없이 무서운 날도 많아요. 그래도 열심히 돌봐주시는 교수님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또 힘을 내는 거죠. 이젠 늙고 병들어서 볼품없는 환자가 됐는데도 변함없이 지지해주고 돌봐주고 사랑해주는 남편에게는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언젠가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난소암을 감기처럼 평생 가져가야 할 친구로 생각하자고. 매년 심한 감기가와도 열심히 약 먹고 몸 관리해서 이겨내는 것처럼, 난소암 재발이 닥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그렇게 이겨내자는 뜻이지요.”

재발 잦은 난소암, 임상시험으로 생존율 높여
난소암 치료 명의 이정윤 교수

난소암 발병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약 22,000건, 자궁경부암은 3,400여 건, 난소암은 2,700건 정도 발생했습니다. 발병률만 따진다면 난소암은 비교적 드문 암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부인과 암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자궁경부암은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드는 반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발생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른 초경, 저출산, 비혼, 고령화 등 배란 횟수를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난소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난소암은 고형암 가운데 유전성의 빈도가 가장 큰 종양으로, 약 10-15%는 유전성 암, 즉 BRCA 돌연변이와 관계되는 암입니다.


난소암 환자들은 대체로 몇 기에 병을 발견하나요?
안타깝게도 난소암 환자의 약 75%는 3-4기에 암 진단을 받습니다. 복막 전이로 복수가 차는 증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몸의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것이지요. 암이 커지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도 없고, 아직까지는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별검사법도 없어서 조기 발견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성 건강을 위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통상적인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BRCA 돌연변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 여성은 정기적으로 CA-125 종양표지자 검사, 골반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안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젊은 고위험군 여성에서는 경구 피임약 복용이 난소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고요. 혈액검사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난소암 환자의 경우, 여성 직계가족과 함께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진단 당시 암이 여러 군데 전이된 상태라면 수술이 어려운가요?
난소암은 고형암 가운데 항암치료에 가장 잘 반응하는 암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이가 심하면 수술이 불가능한 다른 고형암과 달리, 난소암은 3-4기에서도 적극적인 수술(종양감축술)을 시행합니다. 특히 진행성 난소암의 경우, 종양감축술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되는지가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줍니다.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수술을 최대한 꼼꼼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란?
임상시험은 신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통계적으로 입증해 약 사용을 승인받는 과정이다. 항암제 신약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의 신약 개발이 다수를 차지한다. 임상시험은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규모와 진행, 비용 부담이 용이한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이 대부분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은 암 전문의가 다른 암종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을 투여하거나 새로운 조합으로 약을 사용해보는 시도다. 난소암처럼 재발이 잦은 희귀 암종일수록 신약 개발과 성공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공익적 임상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자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약제 제공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를 설득하고,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본인이 진행하며 연구비를 마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적극적인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난소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3-4기의 환자도 적극적인 수술과 항암치료로 관해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진행성 난소암의 약 80% 이상이 재발한다는 것입니다. 재발을 낮추는 것이 난소암 전문의들의 중요 과제인 셈이지요. 연세암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항암치료의 시작 시기가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진행된 난소암에서는 선행 항암치료-종양감축술- 항암치료로 치료가 진행되는데, 선행 항암치료 종료 시점부터 6주 이내에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한 사례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재발률이 낮고 생존율이 유의하게 좋았습니다. 수술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더라도 수술 부작용이 심하거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나빠져 항암치료가 미뤄지면 암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부인종양 전문의는 수술을 꼼꼼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최적의 시점에 항암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전체 치료 과정을 잘 계획하고 환자를 더욱 세심하게 돌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복강 내 온열항암치료라는 특수한 치료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치료인가요?
하이펙(HIPEC)이라 불리는데요. 수술실에서 종양감축술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한 상태에서 특수 기계를 이용해 배 안에 직접 항암제를 넣고 온도를 약 41도로 올려서 항암제의 복막 투과력을 높여주는 치료법입니다. 난소암이 복강 전체에 퍼져 있는 상태를 커다란 유리공이 방 안에 떨어져 깨진 상황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수술은 비교적 큰 유리 조각을 손으로 일일이 줍는 과정이라면, 복강 내 온열항암치료는 손으로 줍기 힘든 미세한 조각들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난소암 치료에서도 유전자검사가 활용되나요?
난소암의 표준치료는 종양감축술 후 3주 간격의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지난 20년 동안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표준치료뿐 아니라 더 많은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병기라도 환자마다 치료 반응률이 많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종양의 특성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종양조직을 이용한 유전체 분석결과를 치료에 활용하는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올라파립이라는 표적항암제 기반의 병용 치료를시행하고,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없고 면역 마커가있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 두 가지 모두 없는 환자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재발성난치성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됩니다. 개인별 맞춤의료, 정밀의료의 개념이지요.

맞춤 임상연구가 진행되면, 재발한 난치성 환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요?
재발성 난치성 난소암은 완치의 개념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오랜 기간 잘 유지하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대개는 첫 치료 후 재발까지의 기간이 길수록 재발 암 치료도 유리한 면이 있어서, 최근에는 1차 치료부터 표준치료에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최근 표적항암제가 도입되어 과거에 비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난소암의 임상연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여전히 적은 편입니다. 최근 8년간 국내 승인된 표적항암제를 보면 유방암에서 8개, 난소암에서 2개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익적 목적의 임상연구를 위해서는 난소암을 치료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암 환자와 가족, 국민들의 관심,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난소암 치료의 최강자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_ 적극적인 종양감축술 적용
 _ 수술 후 복강 내 온열항암치료를 적용해 일부 환자에서 치료 성적 향상
 _ 1차 치료에서 효과가 입증된 파프억제제 또는 항혈관형성 억제제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재발률 감소 유도
 _ 재발성 난치성 부인암 환자를 위해 국내 최다 임상연구 시행
 _ 다국적 제약사를 설득해 공익적 성격의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유치 및 운영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이정윤 교수(산부인과)


이정윤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재발성, 난치성 난소암 환자를 주로 돌보고 있으며, 적극적인 종양감축술을 적용해왔다. 최근에는 환자에 게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유치, 운영하고 있다. 주치의로서 여러 치료법을 두고 고민과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 선택 기준은 딱 하나, “내가 만약 환자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환자 치료, 안전과 관련된 요소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아 누구보다 깐깐하고 엄격하 지만, 난소암 치료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긍정적인 격려로 힘을 실어주는 부드럽고 편안한 주치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