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깊은 뜻을 ‘김세규 상’에 담았습니다


- 故 김세규 교수의 기부 -


글 김영삼 교수(호흡기내과)





故 김세규 교수의 마지막 편지


“꿈은 벽을 넘는다지요”


연세의대와 세브란스병원은 저의 배움과 삶의 터전인데도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살아왔는데,

최근 병원 일을 하면서 겪은 많은 사건과 만남들은 참으로 진정한 세브란스인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삶은 항상 벽을 만난다. 그러나 꿈은 항상 그 벽을 넘는다”는 말처럼

그동안 꿈꿔왔던 많은 꿈들이 열매 맺는 것을 보면서

제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 선생님들이 계셔서 행복할 따름입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안녕, 누구나의 인생>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고,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습니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고,

우리 삶에 들어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 들어오죠.

이런 삶에서 우리가 할 일은 신념을 지키는 것이에요. 상자에 넣고 기다리는 거죠.

언젠가 의미를 알게 되리라 굳게 믿고, 그 평범한 기적이 우리 앞에 드러났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거예요.”


이제 저는 진료부원장 임기를 마치지만 여러분들은 여러분 삶에 들어오는 새로운 분들과 함께

신념을 가지고 세브란스병원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최근 이룬 성과들과 앞으로 펼쳐질 희망 모두 여러 선생님들이 이루어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마시고, 세브란스병원의 한 식구로서 소통하고 화합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김세규 배상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안식년을 시작하면서 남기신 편지입니다.



2016년 2월 1일, 김세규 교수님은 췌장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항상 세브란스병원은 물론 동료와 후배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움과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교수님은 우리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자신의 병을 모두에게 직접 알리면서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하실 것을 약속하셨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생전에 김세규 교수님은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과 신의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항상 5분 일찍 모임 장소에 나타나셔서 제시간에 나타나지 못하는 저희들을 당황하게 만들면서 약속 시간의 중요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평소 전공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휴가 때도 항상 출근해 자신의 환자를 직접 보셨고, 해외 학회도 거의 다니지 않으면서 항상 세브란스병원을 위해 사셨습니다.


그러한 삶이 존경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옳은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면 윗사람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셨고,

아랫사람의 실수조차 본인이 책임지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챙기셨기에 진심으로 많은 후배들이 교수님을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김세규 교수님은 호흡기내과, 내과, 그리고 세브란스병원을 자신보다 사랑하셨고 항상 아랫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의 핵심 가치인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김세규 교수님은 생전에 많은 기부로 세브란스병원 발전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세브란스병원과 후학들을 위해 1억 3천만 원을 내과학교실과 호흡기내과에 기부하셨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은 김세규 교수님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김세규상’을 제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공의 교육에 헌신한 내과학교실 교수를 선발해 상을 수여하며, 김세규 교수님을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김세규 교수님이 저희에게 주신 사랑은 많은 열매를 맺어 풍성해질 것이라 믿습니다.